20220524 길르앗 야베스를 구한 사울 (사무엘상 11장 1-15절)

 

사무엘이 사울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자,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는 사울이 왕이 된 것을 기뻐하며 그를 따른 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사울이 왕이 된 것에 대하여 못 마땅해 하며 그가 자신들의 왕 됨을 거부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며 사울이 이스라엘의 왕이 되는 것을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사울의 고백처럼 그는 당시 가장 작은 베냐민 지파 출신이었고, 그의 가문 역시 이스라엘에서 유명한 가문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서 벌어진 사건이 바로 암몬 사람의 침략입니다. 암몬 사람 나하스는 길르앗 야베스라는 지역을 향해 저항하지 말고 항복하여 그들을 섬기라고 말했습니다. 잔인한 나하스는 모욕적인 언사를 더해가며 길르앗 야베스가 항복하고 조공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오른쪽 눈을 다 뽑아 버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암몬 사람 나하스가 이처럼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군사력이 막강했기 때문입니다. 나하스는 길르앗 야베스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이스라엘 전역을 점령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강력한 군사를 자랑하는 나하스를 상대할 힘이 없었던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은 암몬 사람들에게 투항을 위하여 일주일의 말미를 구했습니다. 만일 온 이스라엘에 전령을 보내어 도움을 청하였는데도, 그들을 도울 자가 없다면 암몬 사람들이 시키는대로 오른쪽 눈이 뽑힌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항복하겠다고 했습니다. 암몬 군대가 길르앗 야베스의 이런 요청을 들어준 것을 보면 암몬 군대가 얼마나 강력했는지 이스라엘 사람들의 연합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암몬 군대는 자신들의 막강한 군사력을 믿고 우쭐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이러한 그들의 오만과 교만이 그들을 멸망하게 했습니다.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이 전해 준 도움을 구하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스라엘 모든 백성들은 모두 소리를 높여 울며 이제 길르앗 야베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전역이 암몬 사람의 손에 넘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인냥 여기며 두려움에 슬퍼하며 탄식했습니다. 이 울음 소리가 기브아에 사는 사울의 귀에까지 들렸습니다. 무슨 영문인지 묻는 사울에게 이스라엘 백성들은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이 처한 큰 위기 상황과 그들이 도움을 구한 것을 전하여 주었습니다. 사울이 이 말을 들을 때 그는 하나님의 영에 크게 감동하여 거룩한 분노가 그의 속에서 일어났습니다. 분노가 다 나쁜 것은 아닙니다. 사울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하나님의 영이 가득 할 때 임하는 분노가 있습니다. 바로 불의를 향한 분노입니다. 불의를 향하여 화를 내는 것은 정의입니다. 사울은 힌 겨리의 소, 즉 한 쌍의 소를 잡아 여러 개로 토막 냈습니다. 그리고 전령들에게 이스라엘 전역에 토막 난 소를 나누어 보내며 다음과 같이 말을 전하게 하였습니다. “누구든지 사울과 사무엘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소도 이렇게 하겠소.” 사울이 전해 준 이 말을 듣고, 또 사울이 토막 낸 소를 본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두 여호와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모든 백성들이 하나 같이 사울을 따르기 위해 모였습니다. 이 때 사울에게 나온 사람들의 수가 유다 지파가 3만명, 나머지 지파가 30만명이나 모였습니다. 사울은 도움을 요청한 길르앗 야베스 사람에게 전령을 보냈습니다. “길르앗의 야베스 사람들에게 말하시오. 내일 해가 높이 뜨기 전에 당신들을 구해 주겠소.” 사울이 지원군을 보내어 암몬 사람의 침략으로부터 그들을 구원하겠다는 소식을 들은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의 마음에는 큰 기쁨이 임했습니다.

암몬 사람 나하스와 그의 군대가 경계를 풀 수 있도록 길르앗 야베스는 거짓으로 항복의 의사를 표했습니다. “내일 우리가 당신에게 항복하겠소. 그러니 우리를 어떻게 하든지 당신 마음대로 하시오.” 암몬 사람들은 자신들의 강한 군사력만 믿고 교만하여 길르앗 야베스와 나머지 이스라엘 지파들의 상황조차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사울이 군사를 모집했다는 것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암몬 사람의 오만이 그들을 멸망에 이르게 한 것입니다. 이튿날이 되자 사울은 새벽에 적진 한 가운데로 들어가 암몬 사람들의 진영을 공격했습니다. 새벽에 시작된 전투는 해가 가장 뜨거워 질 때까지 암몬 사람들을 물리쳐 이겼습니다. 살아 남은 암몬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도망치는 자들 가운데는 두 사람도 함께하는 사람 없이 모두 다 흩어졌습니다. 이는 암몬 사람들에게 임한 절망과 두려움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암몬 군사들은 옆 사람을 신경 쓰거나 뒤도 돌아볼 여유 없이 도망쳤습니다. 사울이 이끈 이스라엘 군대는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사울이 승리하고 돌아오자, 백성들이 전에 사울의 왕 됨을 반대한 사람들을 축출하여 사형에 처하려고 했습니다. “사울이 왕이 되는 것을 반대하던 사람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 사람들을 이리로 끌어 냅시다. 죽여 버리고 말겠습니다.” 그러나 사울은 이들을 급구 말렸습니다. “안 되오. 오늘은 아무도 죽여서는 안 되오. 여호와께서 오늘 이스라엘을 구해 주셨기 때문이오.” 이 장면은 사울이란 사람이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려고 했던 사람이며, 매우 겸손한 사람임을 보여줍니다. 사무엘 선지자는 공식적으로 이스라엘의 새로운 왕의 즉위식을 하기 위하여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을 길갈로 모았습니다. “자, 우리가 함께 길갈로 갑시다. 거기에다 새로운 나라를 세웁시다.”

사무엘 선지자를 따라 모든 백성은 길갈에 모였고, 그곳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호와 하나님 앞에서 사울을 그들의 왕으로 세웠습니다. 이 일로 인하여 사울과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은 크게 기뻐했습니다. 사울은 왕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가지고 남용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께 사로잡혀 그가 가진 권위를 정당하게 사용하였습니다. 우리는 공동체의 지체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불의한 일에 거룩한 분노를 가질 수 있어야 하며, 실수한 자들에 대하여는 용서와 포용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을 왕으로 모시고 그 분을 경외하며 살아가는 삶의 태도에서부터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