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9 불의한 청지기의 지혜 (누가복음 16장 1-13절)


주인의 소유를 맡아 관리하는 청지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주인은 이 청지기가 자신의 소유를 낭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됩니다. 이에 주인은 청지기를 불렀습니다. “이보게, 사람들이 자네를 두고 말하는 소문이 들리는데, 어찌 된 일인가? 자네가 맡아보던 청지기 일을 정리하게. 이제부터 자네는 그 일을 볼 수 없네.” 하루 아침에 청지기는 주인에게 쫓겨날 신세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청지기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주인이 내게서 청지기 직분을 빼앗으려 하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땅을 파 노동을 하고 먹고 살자니 힘이 없고, 구걸을 하자니 창피한 노릇이구나. 옳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겠다. 내가 청지기의 자리에서 떨려날 때에, 사람들이 나를 자기네 집으로 맞아들이도록 조치해 놓아야지.’ 이와 같은 생각에 이르게 된 청지기는 자신의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렀습니다. 그리고 청지기는 빚진 자들이 오면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당신은 우리 주인에게 얼마를 빚졌소?” 만일 그 사람이 ‘나는 당신 주인에게 올리브 기름 백 말을 빚이 있습니다.”하고 말하면, 빚문서를 꺼내 보여주면서 “여기 백 말을 지우고 오십 말이라고 적으시오!”하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이 찾아오면 “당신은 우리 주인에게 얼마나 빚졌소?”하고 물어봤습니다. “나는 당신 주인에게 밀 백 섬을 빚이 있습니다.”하고 말하면 그에게도 빚증서를 보여주며, “여기 백 섬을 지우고 여든 섬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청지기의 호의로 인해 빚진 자들은 큰 덕을 입게 되었습니다. 이 당시 문화가 누군가에게 호혜를 받으면 그 사람에게 은혜를 갚아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됩니다. 따라서 빚진 자들은 청지기에게 받은 호혜를 값아야 하기 때문에 청지기는 자신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이 불의한 청지기는 주인의 돈을 가지고 자신의 미래를 준비했습니다. 주인에게 큰 피해를 끼친 것이며, 오늘날로 따지면 ‘공금횡령죄’, ‘공문서 위조죄’라는 엄청난 죄를 지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큰 범죄행위입니다.
결국 불의한 청지기가 어떠한 일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그에 대한 이야기가 주인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주인은 이 불의한 청지기를 칭찬했습니다. 주인은 그가 자신이 쫓겨날 것을 우려해, 지혜와 기지를 발휘한 점을 높게 샀습니다. 주인은 청지기의 도덕적 태도를 칭찬한 것이 아니라, 내일의 안전을 위해서 ‘부’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던 그의 지혜를 칭찬한 것입니다.
이 비유에 대한 예수님의 해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불의한 청지기, 즉 부정한 방법으로 주인의 재산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려고 했던 영악하고 영민한 청지기는 이 시대의 자녀들을 의미합니다. 이 시대의 자녀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것에 있어서는 주의 백성들보다 더 영민합니다. 미래를 위해 부를 훨씬 더 잘 사용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재물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짧은 삶을 살아가며 짧은 기간 동안 부를 소유하고 있을 뿐입니다. 재물과 부가 영원히 우리의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예수님은 이와 같은 사라질 재물을 통해서 가난한 자들을 돕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 부를 사용하는 것이 곧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미래를 확실하게 준비하는 법이라고 알려주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보실 때 영민하고 지혜로운 참 제자는 이 세상의 재물에 소망을 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곧 없어질 재물을 통해 궁핍한 자들을 돕고, 나눔으로써 하나님을 기쁘시게 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부에 대한 교훈을 주셨습니다. ‘작은 것’에 신실한 자는 ‘큰 것’에도 신실하고, 작은 것에 불의한 자는 큰 것에도 불의합니다. 제자들이 불의한 이 세상의 재물에 신실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참된 것을 맡기시지 않으십니다. 재물은 인간의 눈에는 크게 보이지만, 영원이란 관점에서 보면 재물은 작은 것입니다. 사라질 이 세상, 썩어질 재물을 붙들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 곧 불의한 재물을 나눔으로써 하나님의 세상을 준비하며 살아가는 사람이야말로 하나님나라에서 큰 사명을 감당하게 될 사람입니다.
13절이 오늘 말씀의 핵심 구절입니다. “(눅 16:13) 집 하인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나니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길 것임이니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느니라” 우리 인간은 하나님과 재물을 동시에 주인으로 섬길 수 없습니다. 집 하인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하나를 사랑하면, 다른 하나를 미워하게 됩니다. 예수님은 인간이 재물과 하나님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재물을 사랑한다면 그는 하나님을 미워하는 것이고, 부요함이 인생의 목표라면 하나님은 결코 그의 삶의 중심에 모시고 살 수 없습니다.
재물이란 것이 매우 커 보이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하나님나라에서 재물의 가치는 생명과 비교할 때 매우 작은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재물’이란 작은 것을 통해서 다른 이들을 섬기고 ‘생명’으로 이끌 수 있다면 가치 있고 보람찬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재물이 결코 우리의 주인이 되게 하지 마십시오. 더 많은 재물을 쌓아 놓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생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물질과 재물을 통해서 하나님나라를 세워가고, 영혼들을 살리는 귀한 일에 사용할 수 있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