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7 지혜로운 아비가일 (사무엘상 25장 23-44절)

 

다윗의 부하들은 나발의 목자들과 양떼들을 보호해 주었습니다. 이처럼 다윗이 나발에게 호의를 베풀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발은 오히려 다윗을 모욕하고 조롱했습니다. 이에 분을 일으킨 다윗은 나발과 그에게 속한 모든 자를 죽이기 위해 칼을 들고 달려오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발의 부인 아비가일은 다윗의 노를 풀기 위하여 많은 양의 음식을 준비하여 다윗을 맞이하러 길을 떠났습니다. 아비가일이 다윗을 만나자, 그녀는 계속 엎드려서 다윗에게 연달아 절을 했습니다. 또한 다윗을 “내 주”라고 부르고, 자신을 가리켜 “당신의 여종”이라고 칭했습니다. 아비가일은 다윗에게 자신을 책망할 것을 바란다고 말하며 동시에 그녀가 하는 말을 들어 달라고 간청하였습니다. 아비가일은 다윗이 무척 화가 난 것을 알기에 이처럼 다윗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자 지혜롭게 처신했습니다.

아비가일이 다윗에게 전한 내용은 크게 여섯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나발은 불량한 사람이기에 그에게 마음을 두지 말라는 것입니다. 나발이란 이름은 히브리어로 ‘어리석다’는 뜻이 있습니다. 아비가일은 그녀의 남편이 이름 그대로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하며 다윗에게 나발의 모욕과 조롱을 마음에 두지 말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둘째, 아비가일은 다윗이 나발에게 식량을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보냈던 소년들을 자신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만일 아비가일이 다윗이 파송한 소년들을 보았다면 결코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았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아비가일은 나발 가문에 대한 다윗의 복수가 불필요하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셋째, 여호와의 사심으로 맹세하는 바 여호와께서 다윗이 친히 피를 흘려 복수하는 것을 막으신다는 것입니다. 다윗이 직접 복수하지 않더라도 다윗의 원수들과 그에게 해를 끼치려는 모든 자들이 나발과 함께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아비가일은 말했습니다. 아비가일은 그녀의 남편 나발이 하나님의 심판 받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전제하여 말함으로써 다윗의 노를 풀어주고 있습니다. 동시에 다윗이 직접 손 쓰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직접 나발을 심판하실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넷째, 아비가일은 자신이 준비해 온 많은 예물을 다윗이 받고 여종의 허물을 용서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아비가일은 다윗이 평생토록 악을 멀리하고 여호와를 위하여 싸운 사람인데, 어찌 이 어리석은 자 나발에게 분노하여 다윗의 명성에 금이 가게 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아비가일은 다윗의 원수들이 그의 생명을 빼앗으려 시도해도 그의 생명을 여호와께서 생명 싸개 속에 보호하심으로 지키실 것이며, 도리어 하나님께서 다윗의 원수들을 물매에 실어 던져 버리실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계속해서 아비가일이 다윗을 칭송하고, 그와 함께하시는 하나님께서 그를 존귀하게 여기실 것을 강조하며 그의 노를 누그러뜨리고 있습니다. 다섯째로, 아비가일은 여호와 하나님께서 다윗을 이미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왕으로 세우실 것을 언급하며, 그 때 다윗이 나발을 죽인 일이 흠이 될 수 있음을 언급하였습니다.  아비가일은 무죄한 자의 피를 흘림과 친히 복수하는 것은 같은 것임을 말하며 다윗이 친히 나발에게 복수하지 말 것을 권면했습니다. 마지막 여섯째로, 아비가일은 여호와께서 다윗에게 선을 베푸실 때에 여종을 기억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러한 말로 아비가일은 지금 다윗이 사울 왕을 피하여 도망치고 있는 신세이지만, 그가 가까운 미래에 이스라엘의 왕이 될 사람임을 확신하고 있음을 나타냈습니다.

이와 같은 지혜로운 아비가일의 말로 다윗은 나발을 향해 친히 복수하려는 마음을 접게 되었습니다. 다윗은 아비가일을 자신에게 보내어 만나게 하신 이가 여호와 하나님이라고 고백하며 하나님을 찬송했습니다. 또한 다윗은 아비가일의 지혜에 대해 칭찬하였고, 그녀가 자신이 하나님 대신 스스로 재판장이 되어 복수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에 대해서 하나님께 복을 받도록 축복했습니다. 다윗은 아비가일의 지혜로운 말과 그녀가 정성스레 준비한 많은 선물에 만족하였고, 그녀에게 평안히 돌아가라고 말하며 아비가일의 요청을 수락해 주었습니다. 한편 이러한 상황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던 나발은 마치 왕이 된 듯 큰 잔치를 벌이고 취하여 신나게 놀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아내 아비가일은 남편 나발이 술에서 깨어난 뒤에 그제서야 그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알려주었습니다. 그 순간 나발의 마음에 극심한 두려움이 임하여 한 순간 그의 몸이 돌처럼 굳어져 버렸습니다. 열흘 후 여호와께서 나발을 치시므로 그가 죽게 되었습니다. 나발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다윗은 여호와께서 자신이 모욕당하고 조롱 당한 것에 대해서 복수해 주신 것으로 받아들이고 여호와를 찬송했습니다. 여호와께서 다윗이 스스로 보복하는 것을 막으시고, 나발의 악행을 그의 머리에 되돌리셨습니다. 이후 다윗은 지혜로운 여인 아비가일을 그의 아내로 맞아들이게 됩니다.

아비가일의 지혜로운 대화가 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렸습니다. 아비가일의 지혜로운 행동이 다윗이 죄 짓는 것을 저지했습니다. 아비가일의 지혜로운 처신이 그녀의 삶을 복된 길로 인도했습니다. 지혜로운 말과 행동은 금보다 더 가치가 있습니다. 아비가일은 겸손했고, 신중했으며, 동시에 그녀의 대화 속에는 하나님의 존재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오늘 하루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가 상대방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습니다. 아비가일처럼 사람을 살리는 지혜로운 말이 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우리 일상 속에서 역사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남을 자기보다 나은 존재로 여기며, 겸손한 태도와 자세로 대화에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비가일처럼 지혜로운 말, 존중히 여기는 말로 상대방의 화를 누그러뜨리고,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아울러, 다윗도 지혜로운 조언을 듣는 복된 귀가 있었습니다. 만일 다윗이 자존심만 내세웠다면 그는 아비가일의 조언을 무시했을 것입니다. 자신의 부하 400명에게 칼을 차고 명령했고, 지금 나발을 치기 위해 달려가는 길입니다. 한 여인이 자신을 멈춰 세웠고 길을 돌이키게 했다는 소식이 퍼지게 되면 다윗의 명성도 추락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다윗은 아비가일의 대화 속에서 하나님의 뜻이 아비가일의 지혜와 일치함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말 머리를 돌린 것입니다. 다윗 역시 처음 보는 여인 앞에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할 만큼 겸손하고 지혜로웠습니다. 우리는 당장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해서 앞에 보이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악인을 처단하고 싶은 급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런 마음마져도 하나님께 올려드리십시다. 하나님께서 일하게 하십시다. 하나님은 살아 계십니다. 우리의 모든 원수들을 재판장이신 주님께서 마침내 심판하실 것을 믿고 나아가기를 축복합니다.